명상가들의영성

"모두가 잘 되리라." [노르위치의 줄리안]

오래된미래관찰자 2010. 5. 2. 16:59

그 뒤에 주님은 내 마음을 전에 그분을 향하여 품었던 간절한 그리움으로 데려가셨다.

그리고 나는 죄짓는 일 말고 아무 한 일이 내게 없음을 보았다.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러함을 보았고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죄만 짓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주님이 처음 만드셨던 대로, 주님처럼, 깨끗할 텐데.’

 

그러면서, 어리석게도, 전에 자주 했던 생각, 그러니까 모든 것을 미리 아는 하느님의 지혜가 어째서 애초에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짓지 못하게 막지 않으셨을까, 그랬더라면 모든 일이 잘 됐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의] 동요가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심했고, 그래서 나는 까닭 모를 슬픔과 애통함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환상(Vision)으로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르쳐주신 예수께서 내게 답해주셨다.

“죄는 마땅히 있을 만해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잘 되리라, 모두가 잘 되리라, 모든 일이 잘 되리라.”(Synne is behovabil, but al shal be wel & al shal be wel &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아무 설명도 붙지 않은 한 마디 ‘죄’(sin)라는 단어로 우리 주님은 내게,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모든 것과 당신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리고 죽으면서 우리를 위하여 당하신 수치와 허망함

그리고 당신의 피조물들이 영육 간에 겪고 있는 온갖 아픔과 괴로움들(우리 모두 주인이신 예수를 좇아 죽을 몸에 대하여 그리고 좋지 못한 내면의 애착에 대하여 완전히 없어지기까지는, 부분적으로 살아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 동안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모든 아픔들을 생각나게 하셨다.

―이 모든 것과 함께 나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가장 심한 아픔으로, 그리고 그것의 극복으로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내게 아주 선명히 보였고 그것은 곧장 위안(慰安)으로 넘어갔다.

좋으신 우리 주님이 그 무서운 장면을 한 영혼에게 오래 보여주려 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죄’를 보지 않았다. 그것은 실체가 없고, 그것이 초래한 아픔 말고는 알려질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그 ‘아픔’은, 내가 보기에, 잠정적으로 실재하는 무엇(something)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알게 하고 자비를 구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님의 수난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로하듯이, 그분의 복되신 ‘뜻’(will) 또한 우리를 위로하신다.

구원받을 모든 사람에게 베푸시는 부드러운 사랑으로 우리 주님은 기꺼이 그리고 다정하게 말씀하신다.

“죄가 모든 아픔을 있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가 잘 되리라, 모두가 잘 되리라, 모든 일이 잘 되리라.”

 

말씀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나와 다른 모든 구원받을 자를 나무라는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즉 죄 지은 나를 꾸짖거나 내가 지은 죄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의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분이 내 죄를 나무라지 않으셨기(blameth not me for sin)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씀에서 나는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는 놀랍고 심오한 신비를 보았다.

하나님이 그것을 하늘에서 열어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실 터인즉,

그 비밀을 알면 비로소 우리는 어째서 그분이 우리 죄로 인하여 고통을 겪으셔야 했는지 그 연유를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 깨달음으로 우리는 우리 주 하나님 안에서 영원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Julian of Norwich, Revelations of Divine Love (A Digireads.com Publishing, 2007년 판, 27장), pp. 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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